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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가 만난 사람] 이윤 리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정혜윤 옮김|다산책방|252쪽|1만8800원
“이런 책을 써야 할 일이 애초에 없었기를 바랍니다(I wish I had never needed to write the book).”
최근 영미 문단에서 뜨겁게 주목받는 중국계 미국 작가 이윤 리(54)는‘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국내 출간을 계기로 진행한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 말을 했다.지난해 미국 출간 이후 퓰리처상(회고록 부문)·카네기메달(논픽션 부문)을 받았고,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뉴욕타임스·뉴요커·타임이 꼽은 올해의 책에 오르는 등 문단의 극찬이 이어지지만,리에겐 사실 “쓰지 않아도 되었다면 좋았을” 책이다.
리는 두 아들을 자살로 잃었다.“그 일들을 좋게 말할 방법은 없다.(…) 빈센트는 2017년 열여섯 살 때,제임스는 2024년 열아홉 살 때였다.”(12쪽) 첫째를 떠나보내고 작가는 2019년 엄마와 죽은 아들이 대화하는 소설을 썼다.“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젊은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빈센트를 기리는 글의 장르는 소설이어야 했다.
제임스는 달랐다.“조용하고 내성적이었어요.제임스를 위한 책을 쓴다는 것은 이해에 가닿으려 애쓰는 동시에,그 이해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회고록이다.연이은 상실에 작가는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았다.그는 글을 쓸 때 “미국 시인 메리앤 무어의 시구‘가장 깊숙한 감정은 언제나 침묵 속에서 드러난다./ 아니 침묵이라기보다 절제 속에서’를 지침으로 삼는다”고 했다.절제를 통해 심연에 가닿는 글이 탄생했다.
“어떻게 아들의 죽음을 소재로 책을 쓸 수 있느냐”는 독자 평도 있지만,리는 “작가가 책을 쓰기로 했다면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제임스가 죽은 지 두 달 반이 지난 2024년 5월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고,완성하기까지 약 8주가 걸렸다.“다시 쓰거나,많이 고칠 수도 없는 글”이었다.그는 “삶의 한순간을 붙잡고 결정체로 빚어내야 했다”며 “한 책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써냈다”고 했다.“말은 언제나 부족하지만,그렇다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는 시도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저는 말할 수 없는 것을 언제나 말하려 애써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는 “달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쓰여진 것”이라고 했다.
리는 자신이 삶에서 맞닥뜨린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을 비극(tragedy) 대신,아트카지노 도메인심연(abyss)이라는 말로 표현한다.심연은 극한의 슬픔이다.그러나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의 늪 같은 것은 아니다.리는 “그저 그곳이 내 삶이 있는 자리”라고 말하며 “심연과 화해했다”고 말한다.“삶의 고통과 어둠을 부정하고,늘 명랑함과 밝음의 표면으로 기어오르려 하는 편이 오히려 더 우울하다”는 그는 “글쓰기,독서,정원 가꾸기,요리,남편과의 산책,인터넷도박 처벌기준가까운 친구들과의 대화도 심연 속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이를 “급진적 수용(radical acceptance)”이라고 말한다.
많은 자살 유가족이 자책을 일삼는다‘만약에‘그랬다면’같은 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리는 “그런 질문은 고통을 안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그 어떤 부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저 자신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그것은 공허한 자책일 뿐이에요.세상에서 수많은 다른 요인을 찾아 탓할 수도 있겠지만,그 역시 공허한 비난일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쓴다.“왜 그랬을까?나는 그 질문에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202쪽).세상을 떠난 이들은 영영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그가 말하는 급진적 수용은 “두 아이를 자살로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어떤 것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저는 남은 평생 이 거대한 부재들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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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가 죽은 뒤 리는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Things in nature merely grow)”는 문장을 머금었다.결국 책의 제목이 됐다.그는 “‘그저’라는 단어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자연에는 우리 인간이 곧잘 잊어버리는 일종의 중립성이 있습니다.자연이 우리의 인간적인 필요와 욕망에 무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우리는 자연이 선하고,따뜻하며,우리를 지지하고 덕스럽기를 바랍니다.삶의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기를 바라지요.그러나 저는 제 삶을 통해,인간의 바람으로 바꿀 수 없는 불가해한 일들이 삶에 많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프린스턴 집의 서재에서 메일을 보내왔다.“일요일 아침인데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어요.제가 앉은 자리에서는 나뭇잎이 흠뻑 젖어 물방울을 떨구는 모습이 보입니다.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어쩌면 올여름 마지막 화창한 날이었을지도 모르는 하루가 막 지나갔고,앞으로 열흘 동안은 비가 내린 뒤 진짜 가을이 올 것 같아요.” 그가 답을 쓰는 동안에도 계절은 인간사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윤 리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베이징대를 졸업하고,미 아이오와대 면역학 석사 과정 중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했다.2005년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고,이후 소설가로 주목받았다.맥아더·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프린스턴대 문예창작부 학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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