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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20년 6월 6일,슬롯 보증업체김 씨는 경기도 구리시 아파트를 예전 직장동료 이 씨에게 팔았다.
그러나 김 씨는 이사하지 않았다.2026년 현재도 김 씨는 계속 이 아파트에 산다.
거래 형태가 특이했다.김 씨는 이 씨한테 이 아파트를 1억 7000만원에 팔고,다시 이 씨와 전세 계약을 맺는다.2년간 살겠다고 말이다.흔히 말하는 갭투자 형태였다.전세보증금 약 1억 4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원은 김 씨가 이 씨한테 빌려준다.이 씨는 자기돈 한 푼 없이 구리시 아파트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김 씨는 직접적으로 자기한테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계속 살 거면서 왜 굳이 아파트를 팔아야 했나.2분 13초의 행적이 김 씨의 비밀을 말해주고 있다.
김 씨는 구리 아파트뿐 아니라 집이 한 채 더 있었다.서울 서초구에 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구리 아파트를 팔기 두 달 전인 4월 18일,온라인카지노사이트 livecasino-site이미 서초구 다세대 주택을 팔기로 계약을 한 상태였다.
김 씨는 9월에 서초구 다세대 주택에 대한 잔금을 받기 전인 6월 구리 아파트를 이 씨에게 넘긴다.이렇게 되면 서초구 다세대 주택을 파는 김 씨는 1주택자가 된 상태.김 씨는 11월‘1세대 1주택 고가주택 과세특례’를 적용해 세금을 납부했다.
1세대 1주택자는 2년 이상 보유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다만 2020년 당시에는 매도가격이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이면 9억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했다.(2021년 12월 8일 양도분부터는 12억원).그래도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어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서초구 집을 팔 때 구리 아파트가 그대로 김 씨 소유였다면 김 씨는 1주택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양도차익 전체에 대해 세금을 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씨는 전 직장동료 이 씨에게 구리 아파트를 팔게 된다.문제는 이 거래가 진실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김 씨는 2020년 6월 6일,구리 아파트를 1억 7000만원에 이 씨에게 판다.전세보증금 1억 4000만원을 제외하고,김 씨는 이 씨한테서 300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 거래 내역이 수상했다.
오후 2시 23분 15초.
김 씨→이 씨,3000만원 입금.
오후 2시 25분 28초.
이 씨→김 씨,3000만원 입금
2분 13초였다.김 씨 통장에서 나간 3000만원이 이 씨 통장을 거쳐 그대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김 씨는 이 씨한테 3000만원을 빌려줬고,이 돈을 받은 이 씨는 김 씨에게 3000만원을 다시 돌려주며 아파트 잔금을 치른다.그리고 3일 뒤인 6월 9일,소유권 변경에 따라 이 씨가 내야 할 취득세와 법무사 비용은 김 씨가 납부한다.
1년 뒤,이번에는 돈이 거꾸로 돌아왔다.
2021년 7월 21일,무주택자가 된 김 씨가 이 씨에게 구리 아파트를 사 온다.매매가격은 1년 전과 같은 1억 7000만원.당시엔 집값 폭등기라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도 말이다.
오후 6시 43분 3초.
이 씨→김 씨,3000만원 입금
오후 8시 45분 33초.
김 씨→이 씨,3000만원 입금
이번에는 2시간 만에 이 씨의 3000만원이 한 바퀴 돌아 이 씨 통장에 꽂혔다.이 씨가 빌린 3000만원을 김 씨한테 주고,김 씨는 이 씨한테 3000만원을 주며 아파트 잔금을 치른다.
5년 뒤 들이닥친 세무조사
2025년 11월,중부지방국세청이 김 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2분 13초와 2시간 만에 이뤄진 순환 계좌이체.
김 씨가 대신 낸 취득세.시세가 올랐음에도 1년 뒤 같은 금액으로 되산 아파트.한 번도 구리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던 김 씨.모든 게 수상하게 보였다.
김 씨의 변명은 이랬다.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서초구 주택과 구리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하고 그 전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고 말이다.이 씨가 내야 할 취득세를 대신 내준 것은 계약상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부동산 등기권리증도 이 씨가 갖고 있었고,재산세도 이 씨가 냈다고 했다.
김 씨는 이 씨랑은 전 직장에서 잠깐 봤던 사이라서 친하지도 않다고 했다.이 씨가 구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이 씨는 다주택자가 되는데 왜 굳이 구리 아파트를 사주겠냐고도 했다.
국세청은 김 씨가 이 씨한테 구리 아파트를 살 자금을 빌려줬다면서도 왜 흔한 차용증 하나 없냐고 지적했다.전세보증금 계약서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김 씨는 임대차계약서를 별도 작성하는 게 의무도 아닌데다 금융거래 내역이 있는데 뭐하러 차용증을 쓰냐고 했다.
국세청은 김 씨를 믿지 않았다.김 씨가 가짜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판단해‘부당과소신고 가산세 40%’를 적용해 올해 3월 양도세를 다시 부과했다.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의도적으로 가짜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본 것이다.
김 씨는 억울하다며 5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다.
김 씨는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였다고 주장했다.설령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짜 거래를 했다고 해도,이중장부를 쓴 것도 아니고 서류를 파기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은닉행위도 없었으니 가산세를 내더라도 10%만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단순 실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이 씨가 김 씨 아파트를 매입했을 당시,잔금 3000만원이 2분 13초 만에 되돌아왔으니 자금 이동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년 새 시세가 올랐음에도 이 씨가 1년 전 매입했던 금액 그대로 김 씨에게 팔았다는 것도 통상적인 거래와 다르다고 판단했다.이 씨 입장에서 아파트를 시세대로 팔았다면,매입한 지 1년도 안 돼 판 것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과도하게 냈을 가능성이 있다.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심판원은 대법원 판례(2013두7667)을 인용해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조세포탈과 관련된 행위가 없을 때는 명의위장만으로‘사기’행위라고 보지 않지만 김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심판원은 “구리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1년 만에 재취득했는데 이는 1세대 1고가 주택 과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조세 회피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점,실제 명의를 이 씨에게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잔금을 순환 이체하는 방법으로 대금 지급의 외형을 만들었고,이러한 거래로 김 씨가 취한 이익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 씨와 이 씨가 쓴 계약서,소유권이전등기,이 씨가 냈다는 재산세 영수증 등은 모두 진짜였다.그러나 국세청과 심판원이 들여다본 것은 실질적인 돈의 흐름이었다.
아파트 잔금 3000만원은 2분 13초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돈도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다.바뀐 것은 등기부등본에 적힌 집주인의 이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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